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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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방송지부◀ 제7호 노보-4면
【노설】우리가 먼저 못 만들 이유 없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통합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편성 규약을 제정해야 한다.
편성규약 제정은 지난 노보(6호)에서도 강조 했듯이 방송 제작자들이 자율적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그렇지만 1년반이 지나도록 편성규약을 제정한 방송사가 없다. 편성규약을 만들지 않으면 1년이하의 징역 3천만원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돼 있지만 언제까지 하라고 기한을 못 박지 않아 방송사마다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사측이 노조를 협상 파트너를 인정하고 공정방송위원회에서 편성규약 제정을 협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지 못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앙 방송사에서 만들면 따라 하면 되지 먼저 지방사가 나서서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방송위원회가 한술 더 떠
편성규약제정을 독촉해야 할 방송위원회조차 회사 간부에게 공공연히 이런 말을 흘리는 모양이다. 방송 위원회 조차 편성규약제정을 강건너 불 보듯 하다보니 회사측이 발벗고 나설리 만무 없다. 더구나 사측은 노조가 제시하는 편성제작국장과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 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사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점 노조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왜 부분적으로 나마 인사권에 참여 하겠 다는것인지 방송쟁이라면 금방 알 것이다. 보도,제작 책임자가 공정 방송을 하겠다는데 인사권자와 뜻이 다르다면? 그리고 보도,제작 책임자가 실무자의 아이템을 외압이나 사적인 이익 추구때문에 kill 시키거나 축소시킨다면?
다시말해 공정 방송 의지가 굳건한 보도,제작 책임자는 보호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솎아 내려는 제도적장치를 마련 하자는 의도를 인사권 침해로 해석해서는 곤란 하다는것이다.
편성규약이 옥상옥(?)
사측은 또 단체협약에 공방위가 구성돼 있으면 됐지 왜 또 옥상옥을 만드냐고 한다. 공방위와 편성규약의 역할의 차이를 간과 하는 소리다. 공방위는 방송이 나간뒤 그러니까 사후적 조치에 무게 중심을 둔 반면 편성 규약은 사전에 방송의 왜곡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편성규약을 잘 만드면 멋진 아이템을 취재해놓고 외압이나 그 기관과의 알력때문에. 또 회사의 절대적 이익이 걸린 문제라서라는 핑계로 취재한 내용을 방송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을 수있다.
제작 당사자나 간부들의 사적인 이익 추구 때문에 아이템도 편성 위원회에서 제기해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
편성규약을 잘 만들어 공정방송의 내적인 틀을 굳건히 다지다면 시청자들의 신뢰속에 시청율도 상승하면서 그만큼 경영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sbs 릴레이 비용이 회사 경영 수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 가을 프로그램개편때부터는 자체 편성비율이 28%까지 상향조정되고 2003에는 50%까지 늘리라고 방송위원회가 엄포>를 놓고 있다. 편성비율을 1%늘리면 연간 5억원의 프로그램 제작비를 투자 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KDB가 SBS에 위성방송 재 송신을 허용한다면 지역민방사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시청률은 프로그램 신뢰와 정비례
이런 벼랑끝 상황속에서 대구방송이 타 매체와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공정방송을 담보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차곡 차곡 쌓아나가는 길 뿐이다. 시청율 상승은 지역민의 신뢰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대구방송 노사는 첫 단체협약 안을 체결하면서 공영방송 못지 않은 공정방송위원회를 탄생시켜 지역유일의 민방사로서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해 왔다. 그걸 재확인 시켜주기 위해서라도 타 방송사들이 노사 갈등과 정치적 이해와 지배주주의 경영 논리에 밀려 어물쩡 거릴때 대구방송 노사가 합의해 편성규약 모범 답안을 먼저 내놓는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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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칼럼】족벌언론과 논쟁의 기술
사단칠정! 인간의 선한 본성의 드러냄을 가리키는 사단(四端)과 인간 욕망의 원초적 에너지인 희노애락 등 칠정(七情)을 묶어 이르는 유가(儒家)의 언어다. 역사책에서 이발(理發)이냐 기발(氣發)이냐 하며 조선시대 최대의 철학 논쟁이었던 사단칠정론을 배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논쟁이 벌어졌던 방식과 논쟁의 두 주인공인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값진 인연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퇴계와 고봉
고봉이 퇴계를 만난 것은 그의 나이 32세 때이다. 고봉보다 26살이나 많았던 퇴계는 이미 성균관 대사성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두 사람은 무려 120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는다. 바로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는 독자적인 학문적 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성리학을 조선의 통치이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일대 전기가 된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영남학파의 주리설은 퇴계의 학설에서, 율곡 이이를 중심으로 하는 기호학파의 주기설은 바로 고봉의 학문적 바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퇴계는 고봉보다 26세나 많았고 나이만큼 신분과 사회적 직위에서 높낮이가 한참이나 달랐다. 하지만 퇴계는 고봉을 대등한 학문의 벗으로 삼아 기꺼이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고 또 자신의 오류를 부끄럼없이 수정했다. 그들 사이에 오간 편지는 대화의 격과 토론의 깊이, 서로에 대한 배려, 진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깊었던가를 알 수 있다. 퇴계는 죽기 한 달 전에 자신의 이론에 과오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고봉에게 편지를 보낸다. ""공의 고명한 이론에 힘입어 망령된 이론을 버리고 새롭고 깊은 진리를 깨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참다운 논쟁
퇴계와 고봉의 오랜 논쟁을 통해서 참다운 대화란, 나아가 참다운 논쟁이란 상대를 무릎꿇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하는데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본다. 또 자신의 생각에 의심이 들면 상대에게 부끄럼없이 묻는 것이며 거기에 나이와 직위, 집단의 이해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자기 450년이란 세월의 더께에 갇혀있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낡은 가치와 새로운 가치가 충돌하는 백가쟁명을 맞이한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대화의 형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화, 언론개혁, 햇볕정책, 교육의 경쟁력, 구조조정, 전공련, 안티조선, KBs 노조, 사이버테러, 연제협, HOT, 트랜스젠더 등 단어만으로도 골치를 아프게 하는 많은 사안들을 접하면서 진지한 접근보다는 온갖 마타도어와 욕설, 힘의 논리만이 판치고 있다.
족벌언론의 광기
특히 한국사회의 수구세력의 상징인 몇몇 신문은 진지한 공론 형성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족벌 사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복마전의 한가운데 서서 극단적인 선동을 하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서 대화의 격식도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역사에 대한 진지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일진대 그들은 외눈박이가 되어 저 바다 속으로 처박히고 싶은 모양이다. 기득권이 상처받는 것에 대한 적의와 분노로 가득찬 수구 집단이 날뛰고 그걸 바라보는 다수에겐 냉소가 바다처럼 무겁다. 다만 이러한 혼돈이 이내 국가간, 계급간, 집단간, 개인간에 무자비한 오이디프스적 충돌로 비화되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다.
진정한 보수를 만나고 싶다
너무도 빨리 변화하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삶의 가치와 계급 계층간의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수구언론들은 파시스트적인 정서를 버리고 그들이 지켜나가야 할 ''보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더이상 족벌언론은 독점적인 여론의 공급자가 아니다.
자크 아탈리는 ''21세기의 민주주의의 원리는 대의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기반한 참여에 있다''고 예언한 바 있다. 그 대전환의 시기에 보수 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선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스스로를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개혁할 수 있는 보수만이 진정한 보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극우나 수구가 아닌 진정한''보수''와 논쟁을 보고싶다.
박영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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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에 바란다】
지난 달 발행된 노보에 실린 조합원 토론의 장은 새로운 방송환경 속에서 우리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기반성의 자리였다. 하지만 토론은 특정 부서에 집중된 점이 없지 않았고 당사자나 해당 부서의 구성원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불편함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노조는 TBC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키우고 조합원의 단결을 위해 현업 부서에게 반론의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논의를 계기로 TBC와 노동조합의 발전을 향한 토론이 다차원적으로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다음 노보에는 2차 조합원 토론의 장이 마련될 것이며 TBC의 혁신을 위한 경영자에 대한 고언이 될 것이다.
더 좋은 방송, 더 좋은 노동조합을 위하여
미술팀 세트실은 무대 디자이너 1명, 세트맨 3명(용역1명 포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튜디오 프로그램과 야외에서 제작되는 정규 프로그램, 연간 40∼50회의 특집 프로그램의 세트를 담당하는데 나름대로 순발력있게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의 계절별, 요일별 집중현상으로 세트제작의 어려움이 많으며, 장소의 특성상(설치바닥의 평탄정도, 효율적인 세팅공간 확보, 야간작업의 유무) 사전협의가 충분하지 못하여 심지어 몇시간씩 기다려야 세팅해야 하고, 주차된 차량이나 기상관계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부세팅시 안전문제를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데, 가시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외부인원을 아르바이트로 쓰다보니 기술력 있는 인력의 수급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대체로 타 지역방송사 보다도 질적으로 우수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역방송사는 통상 세트디자이너 1명이 근무하고 있다. 모 방송사의 경우 2명의 디자이너가 있지만 특별히 좋은 세트를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대디자이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며 크고 작은 스케일에서의 전문성이 강조된다. 사실 TBC 세트실의 세트맨 3명으로는 업무를 처리하는데 무리가 따르며 앞으로 편성비율 28%를 감당하려면 세트맨의 보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작업조건이나 환경, 인력부족을 핑계삼아 항상 최선을 다해왔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방적인 비판은 수용하기 힘들다. 탄탄한 프로그램 구성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의뢰와 협의, 헌팅 등을 통해서 질적 향상을 위한 공동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세트실 일선현업자도 노조원들이며 업무공간의 특성상 자주보고 대화가 어려운 점은 있다. 감히 TBC의 그 어느 파트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들게 일한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제작환경의 열악함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표현이나 재질감, 3차원적인 입체구성, 자유롭고 변화있는 세트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TBC 특집류는 주로 야외에서 세팅되기 때문에 제작비나 인력구성원의 숫자나 능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차량적재의 용이성, 세트크기의 제한, 조립의 용이성, 바닥재질 및 전식류의 다양한 활용은 언감생심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개국 3년 뒤에 무대설치 시스템을 독창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제작함으로써 시간과 비용, 제작인력을 30% 정도 절감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가끔 두 세 프로그램이 겹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물리적인 양이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세트실은 항상 노력하고 있다.
지난번 토론에서 지적된 무대높이는 일반적으로 서울의 중앙 3사가 90cm를 사용하며 TBC의 기본은 90cm/60cm로 제작되어 있다. 120cm 높이의 무대를 제작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보관장소의 확보문제, 운반시 차량적재의 비효율성으로 전체 미술 제작비 중 운반비와 외부인건비의 추가지출 요인이 발생한다.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차후라도 꼭 필요성이 요구되면 우리의 전체적인 제작여건이 호전된 연후에 충분히 고려해 볼 일이다.
지난번 토론을 두고 마음에 담고 있는 말은 적지 않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계기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만 접기로 한다.
- 노성국 편성제작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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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는 이야기】지리산이 가르쳐 준 것
""휴가때 뭐했니?""
""지리산 종주 다녀왔어""
""그래, 뭘 결심하고 돌아왔니?""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물어온 질문이다. 나는 지리산에서 무엇을 느끼고 돌아왔나.. 또 무엇을 결심했는가..
글쎄..
깊은 산속에는 나뿐이었다. 노고단과 토끼봉 사이 어디쯤일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쯤 흘렀을까? 산을 잘 타는 동료들은 이미 앞서나가 보이지 않고 입산통제가 풀린 직후라 아무도 없었다.(이같은 나홀로 산행은 1박2일의 종주내내 계속됐다.)
무념무상이 이런 것일까?
혼자가 되어 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뭔지 모를 두려움과 외로움..
''산행이 서툰 나 때문에 종주에 실패해서는 안되는데.'' ''끝까지 종주를 마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곧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하는 내가 보였다. 크기를 짐작키 어려운 지리산 속에 작은 벌레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회사, 부모, 결혼, 앞날, 이같은 평소의 걱정은 이미 사라졌고 늦었다는 불안감도, 이겨보겠다는 경쟁심도 없었다. 그저 걷고 있었다. ''무상무념이 이러한 것일까'' 끝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맨살에 스치는 풀과 앞길을 가로막는 나무넝쿨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뒤, 나를 기다려 주는 동료들을 만났을 때 뭔지 모를 울컥함이 나를 찾아왔다. 이로운 인생길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듯.. 그것은 분명 행복이었다. 이들이 힘들어 지친 나를 업고 산행을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말한마디는 나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었다.
정복의 기쁨은 없었다
알이 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나는 천왕봉에 서 있었다. 여느 산 같으면 정상에 오른 기쁨이 컸을텐데..
정복의 기쁨은 없었다. 너무 힘이 들어가서가 아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미 많은 봉우리들을 넘었다. 더이상 정상이든 산 중간이든 별 의미가 없었다. 이것이 인생일까. 종주에서는 끝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될 뿐 정상은 없는 것처럼 기쁨과 슬픔, 고통과 즐거움이 반복되는 길을 그저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다만 긴 산행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름모를 산곷과 샘물처럼 희노애락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홀로 가는 인생사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친구와 동료, 가족. 이것이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이자 행복이 아닐까.
나는 50여 킬로미터의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아무런 결심도 하지 못한채 돌아왔다.
- 황상현 보도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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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5시】
또 산불이 났다.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집더미만한 불길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그 사이로 중계소 탑이 보인다. 가위에 눌린 듯 소리조차 지를 수 없다. 꿈이다.
한 여름밤 이런 악몽에 시달릴 줄이야..
산불나면 가슴이 덜컥
지난 3월 입사 후 처음으로 정든 연주소를 떠났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송.중계소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광역화 이후 대구방송 중계소는 10곳으로 늘어났다. 모두 산속에 자리잡은 탓에 산불이 났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올 봄 극심한 가뭄 때문에 유독 산불이 많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8일. 울진 중계소가 자리잡은 현종산에 불이 났을 때이다. 회사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따라 울진에 도착한 것은 3시간 30분 뒤였다. 중계소로 올라가는 산 길목에서 불이 진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게 그을린 산길을 따라 중계소에 이르렀다. 평소 그렇게 사납게 짖어대던 세퍼드가 조용히 꼬리를 내린 채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다. 한국통신 직원 10여명이 하마터면 중계소까지 탈 뻔 했다며 끔찍한 말을 했다. 중계소 안까지 매케한 연기가 코를 찌르는 터라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데 강한 바람이 일었다. 중계소 부근 산아래에서 불길이 되살아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산위로 타오르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중계소 주변에 마구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저수지 물이라도 끌어써야 할판에..
저수지 물이라도 끌어들여야 할 판에 바둑알만한 수도꼭지 구멍에서 쏟아지는 물을 양동이에 채우려니 마음만 급해졌다. 불길이 중계소로 가까워질수록 공포감도 함께 밀려왔다. 성난 기세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산불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또한 오죽했겠는가? 시커먼 연기가 금방이라도 중계소 울타리까지 파고 들었다. 그때 소방차가 왔다. 소방호스에서 쉴새없이 콸콸 뿜어 나오는 물줄기를 바라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여름은 중계소가 사고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계절이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퍼붓는 폭우때문에 생기는 레인폴, 건물의 누수, 높은 습도, 더위로 인해 발생한 열에 따른 장비의 고장, 낙뢰로 인한 장비 파손 등 여러 악조건이 있다. 지난달 초 폭우가 내린 직후 안동 중계소가 들어선 학가산을 찾았다. 학가산은 여러 중계소 중에서도 높고 차량을 이용해서 가기 험한 중계소 중에 하나이다. 짐작한대로 간밤에 내린 폭우로 인해 무너진 토사가 도로를 뒤덮었다. 상당한 규모의 토사였다. 그래도 갈 곳은 가야지. 차량을 주차하고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토사를 밟으며 건너려다 무릎 이상으로 다리가 빠지는 바람에 바로 가로지르는 것을 포기했다. 평소에 겁이 많은 편인 나는 망설였지만 먼저 건너가는 김성희!
키가 좀 더 컸더라면
태장따라 축대 쪽으로 돌아서 건넜다. 중계소에 오르니 폭우 때문인지 낙뢰 때문인지 몰라도 전화가 불통 상태였다. 일단 전화 고장 신고를 하고 비가 스며든 곳은 없는지 확인한 뒤 여러 장비들이 이상이 없는지 점검했다. 다행히 별다른 고장이 없었다. 하산길에 무너진 토사에 결국 허리까지 푹 빠졌다. 키가 김성희 선배만 했어도 배꼽은 흙더미에 묻히지 않았을 텐데..
평소 눈길이 좀 어두운 편인 나는 지금처럼 경북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적이 없다. 덕택에 길눈도 많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미각을 돋우는 맛있고 정갈한 음식을 두루 맛보는 재미가 중계소를 향하는 발길을 가볍게 한다.
경주중계소를 갈 때면 산내에서 입안에 살살 녹는 쇠고기를 맛보기도 하고, 포항은 싱싱한 횟감을 값싸게 맛보는 재미가 솔솔한 죽도시장, 안동지역에서는 소문난 해장국 집에서 전날 숙취를 말끔히 씻어낸다. 안강지역의 산대 고디집도 빠뜨릴 수 없는 별미 음식이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일월산 정상에서 산 아래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 컷 찍어야겠다.
- 김항석 기술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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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의 시네포엠】엽기적인 그녀
이런 여자 보셨어요? 술에 취해 지하철에 부딪힐 뻔하고 아무데나 쓰러져 잠을 자고 강물 깊이를 알고 싶어 남자친구를 물속에 밀어넣고 애 떼러가니 아기아빠를 보내달라고 교수에게 떼를 쓰는 여자.. 헉헉.. 정말 엽기적이죠?
착한 남자 견우는 지하철 전동차에 치일뻔 한 그녀를 구해내는데 술에 취한 그녀가 ''자기야~''를 연발하니 졸지에 그녀의 애인이 되면서 순탄했던 한 남자의 인생은 사정없이 꼬여버린다. 이제 그는 그녀의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99년 PC통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연재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한 것이다. 리얼리즘을 철저히 배제한 채 만화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여자의 엽기가 사랑의 상처에서 온 것이라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결말은 우스꽝스럽고 원작에 없던 연장전이 덧붙여진다.
비오는 날으 수채화를 만든 후 8년 만에 돌아온 곽재용 감독이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관객에게 던져주는 교훈도 남자들에게는 또 다른 엽기로 다가설지 모르는 일이다.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 여자의 상처는 엽기로 부활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니. 남자들이여,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옆에 있는 그녀에게 잘 하자..?""
이 영화는 차태현, 전지현 두 신세대 스타가 한껏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장진영 편성제작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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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방송지부◀ 제7호 노보-4면
【노설】우리가 먼저 못 만들 이유 없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통합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편성 규약을 제정해야 한다.
편성규약 제정은 지난 노보(6호)에서도 강조 했듯이 방송 제작자들이 자율적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그렇지만 1년반이 지나도록 편성규약을 제정한 방송사가 없다. 편성규약을 만들지 않으면 1년이하의 징역 3천만원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돼 있지만 언제까지 하라고 기한을 못 박지 않아 방송사마다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사측이 노조를 협상 파트너를 인정하고 공정방송위원회에서 편성규약 제정을 협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지 못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앙 방송사에서 만들면 따라 하면 되지 먼저 지방사가 나서서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방송위원회가 한술 더 떠
편성규약제정을 독촉해야 할 방송위원회조차 회사 간부에게 공공연히 이런 말을 흘리는 모양이다. 방송 위원회 조차 편성규약제정을 강건너 불 보듯 하다보니 회사측이 발벗고 나설리 만무 없다. 더구나 사측은 노조가 제시하는 편성제작국장과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 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사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점 노조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왜 부분적으로 나마 인사권에 참여 하겠 다는것인지 방송쟁이라면 금방 알 것이다. 보도,제작 책임자가 공정 방송을 하겠다는데 인사권자와 뜻이 다르다면? 그리고 보도,제작 책임자가 실무자의 아이템을 외압이나 사적인 이익 추구때문에 kill 시키거나 축소시킨다면?
다시말해 공정 방송 의지가 굳건한 보도,제작 책임자는 보호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솎아 내려는 제도적장치를 마련 하자는 의도를 인사권 침해로 해석해서는 곤란 하다는것이다.
편성규약이 옥상옥(?)
사측은 또 단체협약에 공방위가 구성돼 있으면 됐지 왜 또 옥상옥을 만드냐고 한다. 공방위와 편성규약의 역할의 차이를 간과 하는 소리다. 공방위는 방송이 나간뒤 그러니까 사후적 조치에 무게 중심을 둔 반면 편성 규약은 사전에 방송의 왜곡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편성규약을 잘 만드면 멋진 아이템을 취재해놓고 외압이나 그 기관과의 알력때문에. 또 회사의 절대적 이익이 걸린 문제라서라는 핑계로 취재한 내용을 방송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을 수있다.
제작 당사자나 간부들의 사적인 이익 추구 때문에 아이템도 편성 위원회에서 제기해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
편성규약을 잘 만들어 공정방송의 내적인 틀을 굳건히 다지다면 시청자들의 신뢰속에 시청율도 상승하면서 그만큼 경영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sbs 릴레이 비용이 회사 경영 수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 가을 프로그램개편때부터는 자체 편성비율이 28%까지 상향조정되고 2003에는 50%까지 늘리라고 방송위원회가 엄포>를 놓고 있다. 편성비율을 1%늘리면 연간 5억원의 프로그램 제작비를 투자 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KDB가 SBS에 위성방송 재 송신을 허용한다면 지역민방사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시청률은 프로그램 신뢰와 정비례
이런 벼랑끝 상황속에서 대구방송이 타 매체와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공정방송을 담보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차곡 차곡 쌓아나가는 길 뿐이다. 시청율 상승은 지역민의 신뢰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대구방송 노사는 첫 단체협약 안을 체결하면서 공영방송 못지 않은 공정방송위원회를 탄생시켜 지역유일의 민방사로서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해 왔다. 그걸 재확인 시켜주기 위해서라도 타 방송사들이 노사 갈등과 정치적 이해와 지배주주의 경영 논리에 밀려 어물쩡 거릴때 대구방송 노사가 합의해 편성규약 모범 답안을 먼저 내놓는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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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칼럼】족벌언론과 논쟁의 기술
사단칠정! 인간의 선한 본성의 드러냄을 가리키는 사단(四端)과 인간 욕망의 원초적 에너지인 희노애락 등 칠정(七情)을 묶어 이르는 유가(儒家)의 언어다. 역사책에서 이발(理發)이냐 기발(氣發)이냐 하며 조선시대 최대의 철학 논쟁이었던 사단칠정론을 배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논쟁이 벌어졌던 방식과 논쟁의 두 주인공인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값진 인연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퇴계와 고봉
고봉이 퇴계를 만난 것은 그의 나이 32세 때이다. 고봉보다 26살이나 많았던 퇴계는 이미 성균관 대사성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두 사람은 무려 120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는다. 바로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는 독자적인 학문적 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성리학을 조선의 통치이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일대 전기가 된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영남학파의 주리설은 퇴계의 학설에서, 율곡 이이를 중심으로 하는 기호학파의 주기설은 바로 고봉의 학문적 바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퇴계는 고봉보다 26세나 많았고 나이만큼 신분과 사회적 직위에서 높낮이가 한참이나 달랐다. 하지만 퇴계는 고봉을 대등한 학문의 벗으로 삼아 기꺼이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고 또 자신의 오류를 부끄럼없이 수정했다. 그들 사이에 오간 편지는 대화의 격과 토론의 깊이, 서로에 대한 배려, 진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깊었던가를 알 수 있다. 퇴계는 죽기 한 달 전에 자신의 이론에 과오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고봉에게 편지를 보낸다. ""공의 고명한 이론에 힘입어 망령된 이론을 버리고 새롭고 깊은 진리를 깨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참다운 논쟁
퇴계와 고봉의 오랜 논쟁을 통해서 참다운 대화란, 나아가 참다운 논쟁이란 상대를 무릎꿇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하는데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본다. 또 자신의 생각에 의심이 들면 상대에게 부끄럼없이 묻는 것이며 거기에 나이와 직위, 집단의 이해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자기 450년이란 세월의 더께에 갇혀있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낡은 가치와 새로운 가치가 충돌하는 백가쟁명을 맞이한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대화의 형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화, 언론개혁, 햇볕정책, 교육의 경쟁력, 구조조정, 전공련, 안티조선, KBs 노조, 사이버테러, 연제협, HOT, 트랜스젠더 등 단어만으로도 골치를 아프게 하는 많은 사안들을 접하면서 진지한 접근보다는 온갖 마타도어와 욕설, 힘의 논리만이 판치고 있다.
족벌언론의 광기
특히 한국사회의 수구세력의 상징인 몇몇 신문은 진지한 공론 형성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족벌 사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복마전의 한가운데 서서 극단적인 선동을 하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서 대화의 격식도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역사에 대한 진지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일진대 그들은 외눈박이가 되어 저 바다 속으로 처박히고 싶은 모양이다. 기득권이 상처받는 것에 대한 적의와 분노로 가득찬 수구 집단이 날뛰고 그걸 바라보는 다수에겐 냉소가 바다처럼 무겁다. 다만 이러한 혼돈이 이내 국가간, 계급간, 집단간, 개인간에 무자비한 오이디프스적 충돌로 비화되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다.
진정한 보수를 만나고 싶다
너무도 빨리 변화하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삶의 가치와 계급 계층간의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수구언론들은 파시스트적인 정서를 버리고 그들이 지켜나가야 할 ''보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더이상 족벌언론은 독점적인 여론의 공급자가 아니다.
자크 아탈리는 ''21세기의 민주주의의 원리는 대의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기반한 참여에 있다''고 예언한 바 있다. 그 대전환의 시기에 보수 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선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스스로를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개혁할 수 있는 보수만이 진정한 보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극우나 수구가 아닌 진정한''보수''와 논쟁을 보고싶다.
박영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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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에 바란다】
지난 달 발행된 노보에 실린 조합원 토론의 장은 새로운 방송환경 속에서 우리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기반성의 자리였다. 하지만 토론은 특정 부서에 집중된 점이 없지 않았고 당사자나 해당 부서의 구성원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불편함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노조는 TBC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키우고 조합원의 단결을 위해 현업 부서에게 반론의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논의를 계기로 TBC와 노동조합의 발전을 향한 토론이 다차원적으로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다음 노보에는 2차 조합원 토론의 장이 마련될 것이며 TBC의 혁신을 위한 경영자에 대한 고언이 될 것이다.
더 좋은 방송, 더 좋은 노동조합을 위하여
미술팀 세트실은 무대 디자이너 1명, 세트맨 3명(용역1명 포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튜디오 프로그램과 야외에서 제작되는 정규 프로그램, 연간 40∼50회의 특집 프로그램의 세트를 담당하는데 나름대로 순발력있게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의 계절별, 요일별 집중현상으로 세트제작의 어려움이 많으며, 장소의 특성상(설치바닥의 평탄정도, 효율적인 세팅공간 확보, 야간작업의 유무) 사전협의가 충분하지 못하여 심지어 몇시간씩 기다려야 세팅해야 하고, 주차된 차량이나 기상관계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부세팅시 안전문제를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데, 가시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외부인원을 아르바이트로 쓰다보니 기술력 있는 인력의 수급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대체로 타 지역방송사 보다도 질적으로 우수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역방송사는 통상 세트디자이너 1명이 근무하고 있다. 모 방송사의 경우 2명의 디자이너가 있지만 특별히 좋은 세트를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대디자이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며 크고 작은 스케일에서의 전문성이 강조된다. 사실 TBC 세트실의 세트맨 3명으로는 업무를 처리하는데 무리가 따르며 앞으로 편성비율 28%를 감당하려면 세트맨의 보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작업조건이나 환경, 인력부족을 핑계삼아 항상 최선을 다해왔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방적인 비판은 수용하기 힘들다. 탄탄한 프로그램 구성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의뢰와 협의, 헌팅 등을 통해서 질적 향상을 위한 공동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세트실 일선현업자도 노조원들이며 업무공간의 특성상 자주보고 대화가 어려운 점은 있다. 감히 TBC의 그 어느 파트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들게 일한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제작환경의 열악함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표현이나 재질감, 3차원적인 입체구성, 자유롭고 변화있는 세트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TBC 특집류는 주로 야외에서 세팅되기 때문에 제작비나 인력구성원의 숫자나 능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차량적재의 용이성, 세트크기의 제한, 조립의 용이성, 바닥재질 및 전식류의 다양한 활용은 언감생심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개국 3년 뒤에 무대설치 시스템을 독창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제작함으로써 시간과 비용, 제작인력을 30% 정도 절감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가끔 두 세 프로그램이 겹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물리적인 양이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세트실은 항상 노력하고 있다.
지난번 토론에서 지적된 무대높이는 일반적으로 서울의 중앙 3사가 90cm를 사용하며 TBC의 기본은 90cm/60cm로 제작되어 있다. 120cm 높이의 무대를 제작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보관장소의 확보문제, 운반시 차량적재의 비효율성으로 전체 미술 제작비 중 운반비와 외부인건비의 추가지출 요인이 발생한다.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차후라도 꼭 필요성이 요구되면 우리의 전체적인 제작여건이 호전된 연후에 충분히 고려해 볼 일이다.
지난번 토론을 두고 마음에 담고 있는 말은 적지 않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계기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만 접기로 한다.
- 노성국 편성제작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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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는 이야기】지리산이 가르쳐 준 것
""휴가때 뭐했니?""
""지리산 종주 다녀왔어""
""그래, 뭘 결심하고 돌아왔니?""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물어온 질문이다. 나는 지리산에서 무엇을 느끼고 돌아왔나.. 또 무엇을 결심했는가..
글쎄..
깊은 산속에는 나뿐이었다. 노고단과 토끼봉 사이 어디쯤일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쯤 흘렀을까? 산을 잘 타는 동료들은 이미 앞서나가 보이지 않고 입산통제가 풀린 직후라 아무도 없었다.(이같은 나홀로 산행은 1박2일의 종주내내 계속됐다.)
무념무상이 이런 것일까?
혼자가 되어 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뭔지 모를 두려움과 외로움..
''산행이 서툰 나 때문에 종주에 실패해서는 안되는데.'' ''끝까지 종주를 마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곧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하는 내가 보였다. 크기를 짐작키 어려운 지리산 속에 작은 벌레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회사, 부모, 결혼, 앞날, 이같은 평소의 걱정은 이미 사라졌고 늦었다는 불안감도, 이겨보겠다는 경쟁심도 없었다. 그저 걷고 있었다. ''무상무념이 이러한 것일까'' 끝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맨살에 스치는 풀과 앞길을 가로막는 나무넝쿨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뒤, 나를 기다려 주는 동료들을 만났을 때 뭔지 모를 울컥함이 나를 찾아왔다. 이로운 인생길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듯.. 그것은 분명 행복이었다. 이들이 힘들어 지친 나를 업고 산행을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말한마디는 나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었다.
정복의 기쁨은 없었다
알이 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나는 천왕봉에 서 있었다. 여느 산 같으면 정상에 오른 기쁨이 컸을텐데..
정복의 기쁨은 없었다. 너무 힘이 들어가서가 아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미 많은 봉우리들을 넘었다. 더이상 정상이든 산 중간이든 별 의미가 없었다. 이것이 인생일까. 종주에서는 끝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될 뿐 정상은 없는 것처럼 기쁨과 슬픔, 고통과 즐거움이 반복되는 길을 그저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다만 긴 산행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름모를 산곷과 샘물처럼 희노애락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홀로 가는 인생사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친구와 동료, 가족. 이것이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이자 행복이 아닐까.
나는 50여 킬로미터의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아무런 결심도 하지 못한채 돌아왔다.
- 황상현 보도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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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5시】
또 산불이 났다.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집더미만한 불길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그 사이로 중계소 탑이 보인다. 가위에 눌린 듯 소리조차 지를 수 없다. 꿈이다.
한 여름밤 이런 악몽에 시달릴 줄이야..
산불나면 가슴이 덜컥
지난 3월 입사 후 처음으로 정든 연주소를 떠났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송.중계소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광역화 이후 대구방송 중계소는 10곳으로 늘어났다. 모두 산속에 자리잡은 탓에 산불이 났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올 봄 극심한 가뭄 때문에 유독 산불이 많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8일. 울진 중계소가 자리잡은 현종산에 불이 났을 때이다. 회사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따라 울진에 도착한 것은 3시간 30분 뒤였다. 중계소로 올라가는 산 길목에서 불이 진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게 그을린 산길을 따라 중계소에 이르렀다. 평소 그렇게 사납게 짖어대던 세퍼드가 조용히 꼬리를 내린 채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다. 한국통신 직원 10여명이 하마터면 중계소까지 탈 뻔 했다며 끔찍한 말을 했다. 중계소 안까지 매케한 연기가 코를 찌르는 터라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데 강한 바람이 일었다. 중계소 부근 산아래에서 불길이 되살아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산위로 타오르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중계소 주변에 마구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저수지 물이라도 끌어써야 할판에..
저수지 물이라도 끌어들여야 할 판에 바둑알만한 수도꼭지 구멍에서 쏟아지는 물을 양동이에 채우려니 마음만 급해졌다. 불길이 중계소로 가까워질수록 공포감도 함께 밀려왔다. 성난 기세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산불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또한 오죽했겠는가? 시커먼 연기가 금방이라도 중계소 울타리까지 파고 들었다. 그때 소방차가 왔다. 소방호스에서 쉴새없이 콸콸 뿜어 나오는 물줄기를 바라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여름은 중계소가 사고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계절이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퍼붓는 폭우때문에 생기는 레인폴, 건물의 누수, 높은 습도, 더위로 인해 발생한 열에 따른 장비의 고장, 낙뢰로 인한 장비 파손 등 여러 악조건이 있다. 지난달 초 폭우가 내린 직후 안동 중계소가 들어선 학가산을 찾았다. 학가산은 여러 중계소 중에서도 높고 차량을 이용해서 가기 험한 중계소 중에 하나이다. 짐작한대로 간밤에 내린 폭우로 인해 무너진 토사가 도로를 뒤덮었다. 상당한 규모의 토사였다. 그래도 갈 곳은 가야지. 차량을 주차하고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토사를 밟으며 건너려다 무릎 이상으로 다리가 빠지는 바람에 바로 가로지르는 것을 포기했다. 평소에 겁이 많은 편인 나는 망설였지만 먼저 건너가는 김성희!
키가 좀 더 컸더라면
태장따라 축대 쪽으로 돌아서 건넜다. 중계소에 오르니 폭우 때문인지 낙뢰 때문인지 몰라도 전화가 불통 상태였다. 일단 전화 고장 신고를 하고 비가 스며든 곳은 없는지 확인한 뒤 여러 장비들이 이상이 없는지 점검했다. 다행히 별다른 고장이 없었다. 하산길에 무너진 토사에 결국 허리까지 푹 빠졌다. 키가 김성희 선배만 했어도 배꼽은 흙더미에 묻히지 않았을 텐데..
평소 눈길이 좀 어두운 편인 나는 지금처럼 경북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적이 없다. 덕택에 길눈도 많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미각을 돋우는 맛있고 정갈한 음식을 두루 맛보는 재미가 중계소를 향하는 발길을 가볍게 한다.
경주중계소를 갈 때면 산내에서 입안에 살살 녹는 쇠고기를 맛보기도 하고, 포항은 싱싱한 횟감을 값싸게 맛보는 재미가 솔솔한 죽도시장, 안동지역에서는 소문난 해장국 집에서 전날 숙취를 말끔히 씻어낸다. 안강지역의 산대 고디집도 빠뜨릴 수 없는 별미 음식이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일월산 정상에서 산 아래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 컷 찍어야겠다.
- 김항석 기술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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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의 시네포엠】엽기적인 그녀
이런 여자 보셨어요? 술에 취해 지하철에 부딪힐 뻔하고 아무데나 쓰러져 잠을 자고 강물 깊이를 알고 싶어 남자친구를 물속에 밀어넣고 애 떼러가니 아기아빠를 보내달라고 교수에게 떼를 쓰는 여자.. 헉헉.. 정말 엽기적이죠?
착한 남자 견우는 지하철 전동차에 치일뻔 한 그녀를 구해내는데 술에 취한 그녀가 ''자기야~''를 연발하니 졸지에 그녀의 애인이 되면서 순탄했던 한 남자의 인생은 사정없이 꼬여버린다. 이제 그는 그녀의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99년 PC통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연재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한 것이다. 리얼리즘을 철저히 배제한 채 만화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여자의 엽기가 사랑의 상처에서 온 것이라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결말은 우스꽝스럽고 원작에 없던 연장전이 덧붙여진다.
비오는 날으 수채화를 만든 후 8년 만에 돌아온 곽재용 감독이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관객에게 던져주는 교훈도 남자들에게는 또 다른 엽기로 다가설지 모르는 일이다.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 여자의 상처는 엽기로 부활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니. 남자들이여,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옆에 있는 그녀에게 잘 하자..?""
이 영화는 차태현, 전지현 두 신세대 스타가 한껏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장진영 편성제작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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